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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기] 뽀뽀 해달라는 지드래곤에 '꺅'...제주 플레이K팝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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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02 15:29:50

[체험기] 뽀뽀 해달라는 지드래곤에 '꺅'...제주 플레이K팝 가보니

  • 서귀포(제주)=류현정 기자

입력 : 2016.03.01 14:20 | 수정 : 2016.03.01 15:33

작고 검은 벽돌로 쌓아올린 건물은 제주도 명물 돌하르방을 꼭 닮았다. 외벽에는 빅뱅, 사이(PSY), 클론, 박미경, 레인보우 등 한류 스타의 플랜카드가 걸려있다. 제주도 서귀포시 중문관광로에 위치한 디지털 테마파크 ‘플레이 K팝(PLAY KPOP)’이다. 홀로그램으로 한류 스타를 만날 수 있다는 플레이 K팝을 찾은 것은 지난달 2일이었다. 전시장과 공연장을 합하면 총 1300평 규모. 마지막 겨울 바람이 불었고 간간히 눈발이 흩날리는 날이었다. 
 
 제주도 서귀포시 중문관광로에 위치한 플레이 K팝. /류현정 기자
 제주도 서귀포시 중문관광로에 위치한 플레이 K팝. /류현정 기자
◆ 최고 큐레이션에 가슴 뭉클...대중음악 역사 박물관 

전시관 안에 들어서면 제주도에서도 커피가 맛있기로 소문난 카페 '별이 빛나는 밤에 cafe'가 관람객을 반겼다. 정교한 하트 문양이 새겨진 카푸치노를 한 잔 마시니, 쌀쌀한 기운은 가시고 가슴이 훈훈해졌다. 쌀쌀한 바깥 날씨와 달리 안은 대중문화 전시관과 홀로그램 공연으로 어딘지 모르게 달아올라 있었다. 

가장 먼저 찾은 곳은 한국 대중음악 역사를 보여주는 2층 전시장 ‘뮤직 라이브러리'였다. 우리나라에서 최초 상업 음반이 발매된 것은 1907년, 발매사는 의외로 미국 콜롬비아사였다. 그때가 한국 대중음악의 시작점이었다. 1990년은 신세대 문화가 견인한 대중 음악 최대 황금기였고 2000년부터 한류 바람이 불었고 2010년엔 세계 중심에 K팝이 올라섰다. 
 
 위에서부터 시계 방향으로 세시봉 카페, 카세트플레이어 ‘마이마이’, 사운드 터널. /류현정 기자
 위에서부터 시계 방향으로 세시봉 카페, 카세트플레이어 ‘마이마이’, 사운드 터널. /류현정 기자
사운드 터널을 지날 때는 징검돌을 건너듯 한 걸음 뗄 때마다 시대별 최고 사랑을 받았던 대중음악이 흘러 나왔다. 휴대용 카세트 플레이어 '마이마이'와 세계 최초의 MP3 플레이어인 '엠피맨'도 만났다. 두 가지 제품 모두 국산이다. 가슴 한켠에서 뭉클한 것이 솟아 올랐다.

히트 앨범과 가수 무대복, 오빠 부대의 응원 도구도 볼 수 있었고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음악 다방을 재현해 놓은 곳도 있었다. 1963년 서울 무교동에 자리 잡은 음악감상실 ‘세시봉(C'EST Si Bon)’을 배경으로 사진 한 컷을 찍었다. 

◆ 짜짠 ~ 스타와의 데이트
 
 크로마키 기술을 이용한 가상스튜디오 체험 공간 /류현정 기자
 크로마키 기술을 이용한 가상스튜디오 체험 공간 /류현정 기자
체험의 강도는 점점 높아졌다. 해외 순회 공연 중인 ‘스타와의 데이트’도 첨단 미디어 기술을 동원하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을 알았다. 빅뱅과 함께 밴(연예인이 타고 다니는 큰 차량)을 타고 여행을 떠날 수도 있고 스타와의 찍은 사진을 그림으로 연출해 간직할 수 있다. 

붉은 의자에 앉았더니, 이번에는 빅뱅의 지드래곤이 나타나서 말을 걸었다. 실제 내 의자 옆은 비어있지만, 화면에는 지드래곤이 어깨나 무릎에 기대면서 장난을 거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가상 스튜디오에서 주로 쓰는 크로마키(chromakey) 기법을 활용한 것이다. 급기야 지드래곤이 볼에 뽀뽀해 달라고 했다. 가상현실인 줄 알면서도 할 수 없었을 만큼 실감이 났다. 스타의 노래, 춤, 패션, 메이크업을 따라하며 아이돌 스타를 체험해보는 공간도 있었다. 

◆ 플레이 K팝의 백미...라이브 홀로 콘서트에 ‘꺅' 
 
 라이브 홀로콘서트에 등장한 지드래곤과 백댄서들./류현정 기자
 라이브 홀로콘서트에 등장한 지드래곤과 백댄서들./류현정 기자
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라이브 홀로 콘서트(Live Holo Concert)장. 콘서트 장에 처음 들어갔을 때 무대 위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3초 가량 적막이 흘렀을까. 기괴한 모양의 의자가 등장하더니 붉은 천으로 온몸을 감싼 인물이 나타났다. 지드래곤이었다. 

그의 히트곡 '하트브레이커(HeartBreaker)'시작을 알리는 강렬한 비트음이 무대를 휘어 감았다. 지드래곤은 짙은 남색 청바지에 붉은 제복 차림이었고 양 옆에는 건장한 남녀 백 댄서들이 등장했다.

'나도 어디서 꿀리진 않어 아직 쓸만한 걸 죽지 않았어...
no noyou're ma heart heart heart heart heart breaker' (하트브레이커 중)
 
 라이브 홀로콘서트에 등장한 지드래곤과 백댄서들/류현정 기자
 라이브 홀로콘서트에 등장한 지드래곤과 백댄서들/류현정 기자
기자뿐만이 아니었다. 옆에 있는 관람객들이 계속 눈을 비볐다. 이게 현실이 아니라는 것을 믿기 어려웠다. 지드래곤의 현란한 움직임이 그대로 전해졌고 육중한 몸매의 남자 백댄서들의 근육도 생생하게 볼 수 있었다. 평면적이지 않고 입체적이었다. 

헐렁한 원색 티셔츠를 갈아입고 나타난 지드래곤과 12명이 춤추는 군무가 끝날 때까지 모두 숨을 죽였다. 공연 마지막에는 지드래곤을 전화로 불러낼 수 있었는데, 나도 모르게 10대 소녀처럼 손으로 양쪽 볼을 감쌌다. ‘정신차려 이건 가상이란 말이야.' 

플레이팝 관계자는 “라이브 홀로 콘서트에서는 싸이, 빅뱅, 지드래곤 뿐만 아니라 1990년대 인기 2인조 댄스 그룹이었던 강원래(교통사고로 활동 중단),구준엽도 만날 수 있다”면서 “디지털 복원 기술을 이용하면 예전 인기 가수를 홀로그램으로 등장시킬 수도 있고 나이든 가수도 젊은 시절로 복원해 무대에 나타나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홀로그래픽 기술로 전 세계 진출 꿈꾼다

전문가들은 여러 각도에서 볼 수 있는 홀로그램을 ‘리얼 홀로그램(Real Hologram)’이라고 구분한다. 
플레이 K팝의 ‘라이브 홀로 콘서트'는 리얼 홀로그램 기술이 아닌 홀로그래픽 기술을 이용한 것이다. 리얼 홀로그램은 광학 기술의 한계와 빛의 간섭 현상, 데이터 전송용량 제한, 엄청난 에너지 소모량으로 상업화 속도가 늦다. 

 
 페퍼스 고스트 연출 방법을 그린 삽화
 페퍼스 고스트 연출 방법을 그린 삽화
홀로그래픽은 1800년대 연극 무대에서 기원한 ‘페퍼스 고스트(Pepper’s Ghost)’에서 출발한 기술이다. 실물 크기의 2차원 영상을 무대 위에 있는 45도 각도의 포장지(Foil)에 투사시키면 허공에 유령이 등장한 것처럼 보이는 데, 이를 페퍼스 고스트라고 한다. 

홀로그래픽 디스플레이를 활용한 연출 기술도 쉬운 것은 아니다. 풀HD 성능에 최대 밝기 2만안시루멘(ANSI-Lumens)인 빔프로젝터를 써야 하고(대당 가격 1억5000만원~2억원선), 고도의 조명 연출 및 조도 관리가 필요하다. 음향 장비 시설을 제대로 조정하지 못하면 홀로그래픽 스크린에 떨림 현상도 나타난다. 영상, 조명, 음향 장비를 한꺼번에 제어하는 기술도 필요하다. 

미국에서는 2008년부터 마돈나, 셀린 디온, 머라이어 캐리 등이 홀로그래픽 디스플레이 기술을 이용해 공연을 해왔다. 국내에서는 2012년부터 홀로그래픽 기술을 이용한 가상 공연이 꽃을 피웠는데, 2004년 설립해 실감 영상 연출 시장을 개척해 온 디스트릭트의 역할이 컸다. 
 
 스타의 노래, 춤, 패션, 메이크업을 따라하며 아이돌 스타를 체험해보는 공간도 있다.
 스타의 노래, 춤, 패션, 메이크업을 따라하며 아이돌 스타를 체험해보는 공간도 있다.
플레이 K팝은 홀로그램 제조업체 디스트릭트, 연예기획사 YG엔터테인먼트, KT, 파라다이스 4개사가 지분을 투자해 설립한 NIK(Next Interactive K)가 운영하고 있다. 홀로그램과 같은 차세대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제작하고 배급하는 회사이다. 

이성호 디스트릭트 이사는 “전 세계에 실감형 콘텐츠를 제공하고 디지털 테마파크를 확산시키는 것이 NIK의 목표"라고 말했다. 플레이K팝은 중국 베이징 올림픽 스타디움 1층과 저장성 취저우에도 열었고 중국 하이난에도 올 6월 새롭게 선보일 계획이다. 일본 도쿄와 오사카에서도 두 차례 전시를 열었다. 

플레이 K팝의 누적 관람객 수는 7만명이다. 플레이 K팝 제주의 입장 가격은 성인 기준 1만 5000원이다. 스타와 찍은 각종 사진, 체험하면서 얻은 각종 디지털 파일은 티켓 일련번호를 통해 서버에 저장되고 1층 기념품 가게에서 파일을 따로 구매할 수 있다.